업무 대부분을 코드와 숫자를 보며 하루를 보내는 개발자로 일하며, 저는 일과 삶에 크게 불만 없이 만족하는 삶을 살고 있었어요. 하지만 항상 한 가지 부족하다고 느꼈죠. 바로 연애였어요. 알콩달콩 사이가 좋다가도 다툴 때마다 잘 해결하지 못하는 상황이 있었거든요. 제가 바라는 연애는 연인과 다투다 안 맞는 부분이 생길 때 서로 긍정적인 방향으로 해결해 나가며 더욱 돈독해지고 성장하는 연애였죠.
저는 주로 주변에서 해주는 소개로 연애를 시작했어요. 결과는 잘 안 되는 때가 더 많았죠. 아무래도 서로 모르는 상태로 소개팅 장소에 나가서 상대방을 만나게 되면 제가 생각했던 기대와 다른 부분이 많았어요. 그리고 상대방을 조금씩 알아가다 보면 저랑 맞지 않다고 느끼는 부분도 계속해서 생겨났어요. 연애 애착 유형 관련 각종 콘텐츠를 보며 그 부분을 메우려고 했지만 막상 대면하게 되면 감정이 개입되다 보니 막막해지더라고요.
어쩔 수 없이 여럿이 모인 다대다 소개팅도 나가 봤고 진중한 만남을 연결해준다는 소개팅 앱도 사용해 봤죠. 실제로 그곳에서 만나보기도 해봤지만, 아니나 다를까 소개팅처럼 저랑 잘 맞는 사람을 찾아 오래 만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어요.
인스타그램 스레드 게시물에서 커피팅을 알게 됐어요. 당시 연애 공백기도 6개월 정도 된 터라 사용해 보게 됐죠. 눈길을 끄는 사진으로 홍보하는 데이팅 앱들과는 다르게 자극적이지 않은 홍보에 나에게 맞는 이성을 직접 매칭해 주고 50분의 진지한 만남의 소개팅을 지향한다는 점이 흥미롭더라고요.
커피팅을 시작해 보니, 프로필에 설문조사처럼 소득, 주량, 종교 등을 작성해야 하는 부분이 있어서, 최대한 자세하게 작성했어요. 작성하다 보니 저도 몰랐던 새로운 부분들을 알게 되더라고요. ‘내가 좋아하는 건 무엇이지?’, ‘나는 어떤 사람이지?’ 같은 평소엔 단순해서 넘어갈 수 있는 질문이지만 글로서 작성하다 보니 더 구체적으로 떠올릴 수 있었어요.
매칭이 될 때까지 기다리면서 ‘여긴 정말 진지한 만남을 하는 곳이구나’라고 생각했죠. 며칠 뒤 커피팅에서 매칭 매니저의 픽으로 프로필이 도착했다는 카카오톡 메시지와 알림이 왔어요. 커피팅 앱에 들어가 보니 3개의 프로필과 사진들이 보였고, 프로필을 눌러 보니 자기소개, 취미, 연애 가치관 등 상세한 정보들이 있었어요. 진중한 만남을 추구하는 저에게 딱 필요한 정보들이었죠.
만남 신청이 먼저 온 이후로 지금의 인연이 시작됐어요. 처음 상대의 프로필 사진을 봤을 때, 외모는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이었지만 자기소개에서는 본인의 매력이 잘 드러나지 않았어요. 그럼에도 ‘진지한 만남을 하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니까 괜찮겠지.’라고 생각하며 만남을 결정하게 됐죠.
상대방을 만나기 전까지 우려되는 부분은 없었어요. 담당자분이 중간에서 일대일로 소통해 주시고 약속 시간과 장소를 조율해 주셨어요. 친절하게 응대해 주셔서 서비스에 좋은 감정이 들더라고요. 소개팅을 할 때 불편한 부분을 커피팅에서 모두 부담해 주다 보니 감정 소모 없이 상대방을 만날 설렘만 있었죠.
만남의 시간이 왔고 그날은 비가 오는 날이었어요. 비가 오는 만큼 상대방을 고려해 다른 카페로 가야 하나 우려했는데, 다행히 대화하기 편안한 장소로 선정해 주셨어요. 그렇게 만난 저희는 서로를 좀 더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어요. 이야기를 하다보니 ‘잘 안 맞으면 어떡하지?‘ 하는 불안이 무색할 정도로 첫 만남부터 잘 통했어요. 대화 시간 50분이 순식간에 지나고 각자 헤어지려는 과정에서 애프터 신청 알람 창이 뜨더라고요. 저는 대화가 잘 통한 상대방에게 호감을 느껴 수락을 눌렀고, 상대방도 수락을 눌러줄까 걱정했지만 다행히 양쪽 다 수락하여 연락처가 공유됐죠.
이후 남들처럼 설레는 마음으로 맛집도 가보고 예쁜 카페에서 커피도 마신 후 산책을 하며 더욱 깊은 이야기들을 나눴어요. 마음의 거리가 서서히 가까워지면서 한편으로는 고민도 있었어요. 나이 차이가 있다 보니 결혼에 대한 생각이 서로 다를 것 같았거든요. 그런 고민거리와 미래에 대한 건설적인 이야기를 해 보았을 때 싫은 내색 없이 이야기를 긍정적으로 들어주었어요. 이렇게 취미와 대화도 잘 통하는 사람과 부족한 부분은 서로 맞춰나갈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어 계속 만나기로 했어요.
예전의 연애라면 안 맞는 부분은 항상 갈등으로 번지거나 ‘나와 맞지 않는 사람이구나’라고 단념하고 말았을 거예요. 하지만 커피팅에서 자기소개와 가치관을 세세하게 작성하면서 ‘상대방이 나를 볼 때 내가 이렇게 비칠 수 있겠구나.’라고 깨닫게 된 덕에 저희는 마치 돌다리를 하나씩 두드려 보고 한 걸음씩 나아가는 동반자처럼 서로가 꿈꾸는 커리어와 인생의 방향을 공유하는 좋은 만남을 하고 있어요. 앞으로는 같은 미래를 바라보는 결혼을 꿈꾸며, 그 이후에 생각해야 할 현실적인 문제들도 긍정적으로 조율하는 관계를 바라고 있어요.